대학 때 한 여자애가 케첩에 밥 비벼먹는 걸 좋아했습니다. 기숙사 살던 녀석인데 입맛없는 한여름에는 식당에 케첩을 들고다니면서 비벼먹었죠. 어릴 때 많이 먹던 건데 이게 새콤한 맛에 그래도 밥이 좀 먹힌다면서요. 그런데 이녀석이 어느날부터 케첩밥을 잘 안 먹는 겁니다. "애기입맛 너 다 컸냐? 이제 케첩 안 먹어?"하고 물었더니 약간 시무룩해지며 "아빠한테 혼났어..."하데요. 방학에 집에 가서 늦잠자고 일어났더니 식구들 아무도 없고 출출하기에 케첩에 밥을 비볐답니다. 신나게 막 한숟갈 먹으려는데 아버지가 들어오셔서 자기 밥을 보더니 확 낚아채어 싱크대에 갖다 버리셨답니다. 깜짝 놀라서 아버지를 바라봤더니 아버지가 폰과 냉장고에 붙은 배달책자를 내미시며 궁상맞게 이런거 먹지말고 뭐든 시켜먹으라고 하고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