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겨울 때쯤인가 너무 죽고 싶더라구요.
뭐 때문에 힘들어서 죽고 싶었는지는 개인 사정이나 패스 쓰루 하고,
하여튼 너무 힘들어서 죽고 싶어서 한강으로 갔었어요.
바로 죽을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울면서 힘든 일들을 하나하나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던 것 같아요.
애충 한강 다리에 빨래처럼 걸쳐져서 엉엉 울고 있었지요.
까만 한강 속으로 눈물이 똑똑 떨어져 들어가게끔 고개는 수구리고 있었고,
팔은 한강다리의 난간을 붙잡고 있었죠.
팔에 조금만 힘을 주면 검은 한강 물로 떨어 질 수 있는 상황이었어요.
조금만 힘을 주고, 몸을 기울이면 그대로 미끌어 지듯이 한강물에 빠졌겠지요.
충분히 울고나서 그럴 생각이었는데요,
근데 옆에 있는 아저씨 때문에 못 뛰어 내리겠더라구요.
자전거 라이딩을 하셨는감, 몸에 쫙쫙 붙는 타이즈? 운동복..? 비슷한 거에
(우느라 자세히 못봐서;; 사실 그냥 거대한 덩어리로 보였어요.)
이상한 고글...??????? 인지 선그라스인지에;;;;; 헬멧 까지 쓰고 계셨는데.....
열심히 라이딩 하다 말고 제 옆에 자전거 세워
놓으시구 가만히 한강물만 보고 계시더라구요.
금세 출발할 것 같은 자세시길래 얼른 가시려니... 하고 기다렸는데,
30분이 지나도 안 떠나시더라구요.
아 솔직히 모르는 사람 앞에서 자살 하긴 좀 그렇잖아요.
이유는 모르겠는데 좀 그렇더라구요.
그래서 '자살은 내일로 미루자.' 라고 생각하고 터덜터덜
걸어서 한강 다리 밑까지 내려오는데,
한강 다리 끝 즈음에 와서 완전히 육지를 딛고, 횡단보도를 건너자 마자 그 아저씨가
저를 추월해서 가시더라구요.
뒤에서 천천히 따라오신 거에요.
자기가 미리 추월해서 가버리면, 애가ㅏ 뒤 돌아서
돌아가서 뛰어내릴까봐, 조바심이 나서....
처음엔 가는 방향이 같으니까 그냥 같은 방향으로 페달을 밟았겠거니,
아무런 의미가 없겠거니 생각했는데, 잘 생각해보니 그건 정말 아니더라구요.
제가 한강 다리 중간부터 끝까지 걸어온데다가,
너무 질질 짠 탓에 눈앞이 뿌얘서 엄청 천천히 터덜터덜 걸어 왔었거든요?
정말 정말 느린 걸음으로 걸었는데, 저를 상관 안했다면
자전거가 저를 추월해야 정상이잖아요.
근데 그 거리, 그 속도를 맞춰서 뒤따라와 주셨더라구요.........
그렇게 생각하니까 갑자기 되게 찡하더라구요.
전혀 모르는 사람도 내가 죽을까봐 내 곁을 지켜주는데,
내가 다시 되돌아가서 목숨 끊을까봐 따라와 주는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 아, 살아야 겠다. 살아야 겠다. 싶더라구요.
요새도 조금 힘들면, 한강에 그 장소에 가서 한참을 서 있어요.
여기서 누군가 나의 값없는 목숨을 구해주고,
다리의 끝까지 나를 지켜줬다고 생각하면,
힘든 마음은 싹 사라지고,
나를 살리기 위해 그 오랜시간을 내 옆을 지켜주었던
그아저씨의 수고를 생각해서라도
내일은 힘내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살아가야 겠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그냥 그래요.
그냥 그렇다구요.
그 아저씨한테 참 감사하다구요.
출처 : 인스타그램 ID: unclejob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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