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에 아빠 만난 썰 (썰 모음)

찌롱스 2021. 6. 26. 14:14
반응형

16년 만에 아빠 만난 썰 (썰 모음)

 

 

 

 

 

이야기할 사람도 없고 

아침에 괜시리 적적해서 글을 좀 싼다.

내용이 재밌긴 하니까 

읽어도 되고 밑에 세 줄 요약 읽어도 괜찮다.

16년 전, 내가 열한 살일 때 부모님은 이혼했다.

이혼사유는 아빠의 알콜중독.

아빠는 의사였고 한 가정의학원의 원장이었으나

항상 맥주와 소주를 달고 살았다.

내 어릴적 기억 속 아빠는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장면들로만 존재한다.

하지만 폭력적인 언행은 결코 없었고,

그저 나와 닮은 슬픈 눈을 한 채로 

묵묵히 담배만 피울 뿐이었다.

 

 



부모님이 이혼한 뒤,

엄마는 서른다섯이라는 

어린 나이에 나와 형을 책임져야 했다.

스스로 일하기보다는 능력 있는 남자들을 홀려

그들로부터 생활비를 받았는데,
(결혼 전 영화배우였을 정도의 미모였다.)

나와 형은 엄마가 아침마다 테이블에 두고 가는

만 원짜리 두 장으로 편의점에서

햇반과 냉동 닭강정, 혹은 치킨을 시켜먹고는 했다.



나는 1년도 채 안 되어 중도비만이 되었고,

성격은 당연히도 매우 소심하며 

남들과 같게 행동하는 법을 몰랐다.

고2, 학교에서 학생 기록부를 나눠줬을 때

네다섯 장을 받는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나는 최소 스물다섯 장이 넘게 받았다.

그토록 잦은 전학에도 가는 학교마다 왕따를 당했다.



상당히 많은 정신병들에 시달렸고 

자살기도도 많이 했었다.

정신적으로 힘들 때마다 아빠를 탓하고는 했다.

아빠를 나의 트라우마로서 빗댄 가사들을 부른

음악으로 잠깐이지만 반짝이 스타가 되기도 했었다.

내 27년 인생에 있어서 

아빠는 그저 원망의 대상이었다.

 




어느날, 고향의 지인으로부터 아빠가

새 병원을 차렸다는 얘기를 전해들었지만 

그냥 흘려들었다.

하지만 내가 결혼을 하게 되었을 때,

무슨 용기였는지

구글에 아빠의 이름과 예전 병원의 이름을

검색하여 쉽게 위치를 알아낸 뒤 

와이프와 함께 찾아갔다.



카운터의 간호사에게는 환자로서 평범하게 접수했다.

5분 정도 뒤에 16년 만에 들은 아빠의 목소리가

나의 이름을 불렀다.

긴장된 채 와이프를 데리고 진료실에 들어갔다.

마스크를 쓰고 있었음에도 여전히 나와 닮은,

슬픈 눈을 하고 있었기에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다행히 탈모는 없었다.)

 

 

 




아빠는 나에게 친절하게 물었다.

"어디가 아파서 오셨어요?"

"아, 저예요."

이름을 보고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었는지

"아..." 라는 말만 짧게 내뱉고 정적이 흘렀다.

"그냥, 결혼하게 돼서.

한 번 보시긴 해야 될 것 같아서 왔어요."

"그래. 결혼하는구나. 축하한다."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아빠는 많이 힘들었지.

이제야 조금 사는 게 괜찮아지고 있어."

스스로 '아빠' 라 당당하게 칭하는 것에

부아가 치밀었지만 간신히 참았다.

"'아빠' 라는 말을 그렇게 쉽게 하실 줄은 몰랐네요."

"무슨 말이니?"

"저는 그쪽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는데,

전혀 죄책감도 못 느끼고 계셨나봐요.

아직까지 맥주캔, 소주병만 보면 그때가

생각나서 고통스러워요."

"그랬구나..."

"저희 생각 하시긴 했어요?"

대답이 없었다.

 

 

 




"하하, 안 하셨나 봐요?"

"나도... 너무 많은 빚을 갚느라 정신이 없었단다.

정말로 이제야 조금 괜찮아지기 시작한 거야."

"빚이요?"

"너희 엄마가 빌린..."

무언가 말을 하려다 말았다.

이제 와서 뜬금 없이 엄마 탓을 한다는게

그저 어이가 없었다.



"그냥 미안하다고 한마디만 해 주시면 갈게요."

"많이 힘들었나 보구나. 미안하다."

"네. 다시는 안 올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가볼게요."

하고 뒤돌아 나가려는데,

"뭐라고 했니?"

"다시는 안 온다고요."

"아..."

이 말에 안도할 줄 알았는데

왜인지 아쉬워 보였으나 그대로 병원에서 나왔다.



차에서 많이 울었고, 와이프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너가 말했던 것처럼 나쁜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았어."

"왜?"

"모르겠어. 그냥 본인도 너랑 대화하는 게 엄청 힘들어 보였어."

"우리 생각 하기는 했냐니까 대답도 못 했잖아."

"그때 너희 아버지 표정 봤어?"

"아니."

 

 




이틀 뒤, '발신번호 표시제한' 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아빠의 새 아내였다.

이혼한 뒤 삼 년쯤 지나서 

재혼을 했다고 들은 바 있었다.

"xx씨 되세요?"

"네, 누구시죠?"

"xx씨 아빠의 아내예요."

"아... 무슨 일이세요?"

"남편에게 많이 들었어요.

병원에 왔다 가셨다면서요."

"예."

"남편이 많이 힘들어 했어요."

"왜죠?"

"남편도 많이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어요.

그런데 저희도 너무 힘들었었거든요."

"아, 어떤 것 때문에 힘드셨었나요?"

"그... xx씨 어머니께서 남긴 빚 때문에

이제야 간신히 갚는 데 성공했어요."

"빚이요?

안 그래도 그 분이 저희 엄마랑 빚 얘기를 하던데

설명 좀 해 주시겠어요?"



이 내용을 당신이 설명해도 되는지 한동안 망설이다가

내가 설득하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xx씨 어머니께서, 뭔가 하려던 게 있었나 봐요.

저희 남편이 마침 의사이기도 했고,

남편 이름으로 대출을 많이 받을 수 있었는지,

남편 모르게 상당히 많은 돈을 빌렸었어요."

"모르게요?"

"예, 대충이나마 술로 인해 문제가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아마 그 사실을 안 뒤로

너무 힘들어서 술에 의존했던 것 같아요."

 

 



"빚이 얼마나 됐었나요?"

"생각할 수 있는 것보다는 훨씬 많았어요."

"대충이라도 말씀해 주시겠어요?"

"제가 만났을 당시에는 적어도 12억이 넘었어요."

"12억이요? 그럼에도 그 분이랑 결혼하신 거예요?"

"네, 너무 좋은 사람이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옆에서 힘이 되어주고 싶었어요."



차분한 목소리와 지적인 말투에서

내가 상상해왔던 아빠의 새 아내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구나, 생각했다.

내용인 즉슨, 엄마가 병원 원장의 벌이로도

만족하지 못 했는지 큰 돈을 벌어보고자

아빠 몰래, 아빠 이름으로 은행부터 사채까지

어마어마한 액수의 돈을 빌린 뒤 몽땅 잃었다고 했다.

 

 

 





그 뒤로 아빠는 술이 없이는 맨정신을

유지하기가 힘들었고,

현재는 술을 마시긴 하지만

한달에 서너 번 일반인 수준으로 마신다고 했다.



이 말을 신뢰할 수 있던 이유가 있었는데,

엄마가 이와 같은 행동을 나와 우리 형의 이름으로

저지른 바 있었기 때문이다.

-큰 돈을 벌어보고자 가족의 이름으로

10억 이상의 빚을 빌려 몽땅 잃는다-

아빠의 새 아내의 말이 사실이라면

엄마는 같은 행동을 두 번 반복한 듯하다.

 

 



"사실 그 분을 마냥 증오해왔어요.

그런데 새 아내분께서 말씀하시는 것들이

사실이라면 제가 잘못 알고 있었던

내용들이 조금 많네요."

"적어도 제가 아는 내용에 한해서는 사실들만

이야기했어요."



"... 실례지만 제 전화번호는 어떻게 아셨나요?"

"항상 남편 휴대폰에 저장돼 있었어요."

"아..."

"혹시, xx씨만 괜찮으면, 제가 간혹 연락해도 될까요?"

"저한테요?"

"네, 그냥 다른 뜻이 있는 건 아니고..."

"네 괜찮아요. 편하게 하셔도 돼요."

"그렇게 말해주니 고마워요.

알겠어요. 푹 쉬세요."

"예 알겠습니다."

 

 

 





통화가 끝난 뒤 몹시 혼란스러웠고,

와이프에게 들은 내용을 전해주기는 했지만

이에 대해 아무 얘기도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한 뒤

최대한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우리를 위해 젊은 날들을 희생했(다고 믿)던

엄마를 미워하고 싶지 않기에.

 

 



세 줄 요약

1. 내가 11살에 의사인 아빠가 알콜중독이라 부모님 이혼함.

2.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아빠 증오해 오다가 

결혼하기 전 와이프 데리고 아빠가 운영하는 병원 찾아감.

3. 아빠의 새 아내한테서 전화왔는데 사실은 

이야기의 발단이 아빠가 아니라 엄마인 것 같음.

 

 

 

끝.

 

 

 

 

https://googoal.tistory.com/237

 

회사 잘생긴 후배 카톡 보고 현타 온 썰 (썰 모음)

친해진 회사 후배가 있는데 키가 185 정도 되고 팔다리가 시원시원합니다. 정준하나 운동선수 처럼 큰게 아니라 얄상하게 크고, 얼굴이 조막막한 친구죠. 어깨도 넓구요. 옷도 잘입

googoal.tistory.com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