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장례식(썰 모음)

찌롱스 2021. 3. 25.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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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덤덤했고, 생각보다 괜찮았다.

나이 반오십 성인인데다 학교생활이 바쁘다,

시험기간이다, 모임이있다, 여행을 가야될 것 같다는 구구절절한 팡계들로

일년에 집에 들어간 날이 손에 꼽았기에 엄마의 집밥이

기억이 안났었기도 했다.

 

엄마의 전화가 오는 날이면 한참을 부어라 마셔라

코가 비뚤어져서 가볍게 수신보류를 하고서는

도서관이라는 속보이는 거짓말을 하곤 했다.

 

 

 

 

 

 

아들, 아들 생일인데 이번에는 집에 내려오지 그래.

엄마 미역국은 먹어야지.

직접 아들을 보고 싶다곤 말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돌려 얘기하는 엄마의 순수한 그리움에도

응답하지 못한 철 없는 아들이었다.

 

엄마가 기침을 심하게 하던 날이었다.

일년에 두 세번 갔던 집에 아픈 엄마라니.

병원좀 가, 맨날 돈 아끼지 말고, 의료보험 잘되는

세상에 무슨 돈을 그렇게 아끼는거야.

 

그러게, 감기가 좀 오래가네. 그래도 아들이 얼마만에

온 집인데 엄마가 맛있는거 해줘야지.

 

 

 

 

 

 

싫었다. 궁색한 집, 끝없는 가난, 나밖에 모르는

그리운 우리 엄마. 엄마는 그렇게 위암을 선고받았다.

 

모든걸 포기하고 내려놨다.

그대로 고향으로 내려와 병원에 얹혀 있었다.

엄마의 다리를 주무르고 진통제를 시간마다 체크했다.

엄마는 고통에 소리를 질렀다.

그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엄마의 앙상해진 손을 붙잡고서는 약한 소리 하지 말라고

윽박질렀다. 아들에게 고통을 신음하는 어머니라니,

지독하기 짝이 없는 불편한 모양새다.

 

엄마가 미안해, 엄마가 세상에 남기고 간 마지막

말이다. 웃겼다. 엄마가 살아온 삶, 지나온 생애,

더럽고 추잡한 세상에서 악착같이 살아온 엄마가

삶을 정리하고 마지막으로 꺼낸 말이

불효자에게 사과라니.

덤덤하지 않았다. 괜찮지 않았다.

보고싶은 우리 엄마

나는 그렇게 숨죽여 우는법을 배웠다.

 

 

 

 

 

 

엄마에게 봄이 오지 않는다는게 얼마나 무서웠을지

얼마나 외로웠을지.

엄마가 살아온 생은 얼마만큼의 긴 겨울이었을지.

 

비가 내린다 엄마. 추운 날씨야. 그때 엄마의 기침이

감기가 아닌걸 알았더라면. 내가 집에 조금더 가까운 

아들이었더라면. 그때 엄마의 미역국을 먹었더라면.

그랬더라면.

 

아들밖에 모르던, 한 벌의 점퍼로 몇해의 겨울을 나던,

고된 일로 인해 손 끝이 다 갈라져 있던

바보같은 우리 엄마,

 

나 하나 잘 살아보겠다고 상경해서

모정이라는 부채를 나날이 연체하던, 앞만 보던, 사랑을 몰랐던

바보같은 아들

 

그 엄마에 그 아들.

 

너무 슬프다...

어머니...

이름만 들어도 먹먹해져오는 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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